“아, 이 핸드폰!! 버려야 해! 진짜!!”
“아, 왜 안 잡히는 거야? 버려, 버려!!”
차량 이동 중이라 핫스팟을 켜 줬는데 안 잡히나 보다. 핸드폰 성능이 떨어져서 그런지 처리 속도도 늦다. 이제 남은 인터넷 시간은 20분. 곧 인터넷이 닫히는데, 핸드폰 탓으로 1~2분이 허투루 흘러가니 짜증 폭발인가보다. 5분이 넘어가니 짜증이 화로, 화가 억울함으로 바뀌더니 드디어 울먹이기 시작한다.
‘휴... 도대체 그게 뭐라고. 쟤는 도대체 왜 저럴까?’ “아, 그냥 데이터 써!!” 그렇게 징징대느니 차라리 데이터를 쓰라며 내 데이터 1기가를 보내줬다. 재밌게 유튜브를 보다가 갑자기 민망함을 느꼈는지 사춘기 탓을 한다. 요즘은 가끔 이렇게 감정이 격해질 때가 있다며. 아이고, 그놈의 사춘기.
확실히 사춘기가 되니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것 같다. ‘짜증’이 순식간에 ‘울먹울먹’까지 가는 걸 보니 황당을 넘어 당황스럽다. 원래 순하고 주변 일에 민감하지 않은 성격인데, 작년 후반기부터 억울함이 많아졌다. 예전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일을, 쉽게 서운해하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라는 말도 많이 한다.
좋은 얘기도 자꾸 들으면 싫증이 나는 법! 부정적인 이야기, 짜증 내는 이야기, 억울해하는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면 나도 짜증이 슬금슬금 차오르기 시작한다. 그래서 “자제하자”고 한마디 하면 엄마는 자기 얘기를 잘 안 들어준다며 정색한다. ‘헐... 나는 진짜.... 너라서 참고 들어주고 있는 건데...!’ 나야말로 억울하다!
아들의 수다를 최대한 다 들어주려고 하는 편이다. 그래야 힘든 일이 생겨도 터놓고 이야기할 것 같아서다. 보지도 않는 일본 만화 스토리와 주인공 편력을 전부 들어주고, 좋아하지도 않는 게임 이야기를 20분, 30분씩 듣고 있다 보면 귀에 ‘사리’가 생길 것 같다. 물론 가슴 깊이 공감하며 듣고 있진 않다. 내가 아무리 엄마라도 그 정도까지는 못 하겠다.
아, 사춘기야 제발 빨리 끝나라. 끝나면 우리 서로 억울할 일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