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근질근질했다. 자꾸 ‘하나님이 있나? 나를 사랑하시나? 내 기도를 들으시나?’ 온갖 의심과 오해의 때가 되어 내 생각을 근질근질하게 했다. 달력을 보니 회개의 목욕탕을 안 간 지 꽤 되었다. 하긴 집에서 살짝살짝 고양이 세수하듯이 회개하고는 상당히 묵혀놓은 때가 순순히 떨어져 나올 리가 없었다.
오랜만에 간 목욕탕,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다. 내 생각의 살갗을 보니 어디까지가 살갗이고 때인지 구분이 안 되었다. 목욕탕에는 뜨거운 말씀의 탕이 뽀글뽀글 열기를 내고 있다. 생각해 보니 성경 말씀도 주일 말씀도 한번 듣고 잊기 일쑤였다. 제대로 정독하며 말씀의 은혜에 풍덩 빠져 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 내 모든 생각을 홀딱 벗기고 말씀에 몸을 맡겼다. 따뜻한 하나님의 마음이 포근히 온몸을 감쌌다.
어느덧 내 생각에 의심과 무지, 오해의 때 덩어리들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아, 이 부분이 때였구나.’ 생각을 힘껏 밀어 보니 내 생활에 죄 부분이 쉽게 밀려 나왔다. 회개의 때밀이를 장착했다. ‘설마 내가 얼마나 죄를 지었겠어~ 큰 잘못을 한 것도 없는데 뭘~’ 힘을 줄랑 말랑 생각 구석구석을 살살 밀기 시작했다.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이것은 국수 면발인가? 지우개인가? 이렇게 굵고 통통한 의심들이 내 몸에 이토록 딱 달라붙어 있었단 말인가? 내가 앉은 의자 사방으로 때 애벌레들이 툭툭 떨어졌다.
주위를 살펴보았다. ‘설마 내 무지의 때를 본 사람은 없겠지?’ 창피했다. 진작에 좀 때를 밀 껄... 남들은 때가 적게 나온 것 같은데 나만 이런 것 같다. 생각 한 부분만 밀어도 양이 엄청나다. 이 정도면 내 죄 무게가 500g은 빠지겠는데? 그렇게 한 부분 밀고 물바가지로 흔적 지우고를 반복했다.
어느덧 생각이 반질반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꿉꿉했던 마음이 상쾌해지는 것 같다. 혹시 모를 잔 때의 흔적까지 성령 감동의 바디워시로 ‘제발 제가 모르고 묻혀 놓은 생각의 때가 있다면 부디 이 비누로 다 씻기게 하소서!’ 간구하며 비누칠했다. 몸에서 천국의 향기가 나는 것 같다.
이렇게 상쾌한 것을 왜 그리 방치했을까! 사실 목욕탕 가기는 좀 많이 귀찮다. 준비할 것이 많으니까. 그러나 갔다 오면 그 기쁨은 배가 된다. 알면서도 그리 게으름을 피운다.
구원의 거울로 비추니 내 생각이 뽀얘진 것이 이쁘다. 어린아이처럼 20년은 순수해진 것 같다. 깨끗해졌으니 더욱 내 생각을 청결히 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죄의 몸무게가 빠지니 생각도 가벼워진 것 같다. 오늘따라 나풀나풀 뛰어다닐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