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팔굽혀펴기by 날개단약속

20220530팔굽혀펴기.jpg








4월쯤 친정에서 반찬 가져가라며 호출했다. 부엌에 들어가 장바구니에 반찬을 담고 있는데 엄마가 갑자기 바닥에 엎드린다. 그렇다. 엄마가 팔굽혀펴기한다. 한 개애애애... 두 개애애애... 뜬금없는 모습에 나는 어리둥절했다.

“내가 왜 하는 줄 알아? TV를 봤는데 거기 78세 할매가 팔굽혀펴기하더라. 원래 그 할매가 어지럼도 심했데. 게다가 남편도 중풍에 당뇨병까지 앓아서 움직일 수도 없고. 자기라도 건강해야 남편 돌볼 거 아니야. 그래서 운동 시작했다는 거 아니냐.” “엄마 잘못하면 뼈 나가.” “야, 70세 먹은 노인네도 저렇게 건강을 위해 몸부림치는데 60대인 내가 못 하겠냐.”

엄마가 다시 시범을 보이니 배 볼록 나온 아빠가 옆에서 한 소리 한다. “그건 팔굽혀펴기가 아니야. 팔이 더 꺾여야지. 가슴만 왔다 갔다 한다고 되냐.” “그래? 그럼 내가 제대로 하나 안 하나 내기할까?” “아빠 그럴 것이 아니라 한번 시범을 보여줘 봐.” 아빠는 괜히 손목 나가지 말고 그만두라면서 자리를 피한다. 엄마는 말로만 방구끼는 사람은 들을 가치도 없다며 계속 운동을 이어 나갔다.

그러다가 며칠 전 여동생 집에 갔는데 엄마가 같이 놀러 왔었다. 엄마가 보여줄 게 있다면서 바닥에 엎드리더니 팔굽혀펴기하셨다. 5개, 6개, 7개…. 엉덩이도 들지 않고 무릎도 굽히지 않고 팔을 직각으로 잘도 꺾는다.

“와. 엄마 드디어 해냈네. 대단하다.” “너 그거 아냐. 나 빌딩 청소하는데 같이 일하는 아줌마가 3명 있어. 근데 세 명 다 무릎이 안 좋아 전부 뼈주사 맞는다. 나는 안 맞아. 운동하면 뼈가 튼튼해지거든. 너도 해봐.”

엄마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나는 주춤거렸다. “엄마는 소양인이잖아. 상체가 강하니까 팔굽혀펴기가 맞지.” “그게 뭔데? 내 몸이 소양인이냐?” “근데 난 소음인이라서 하체만 튼튼해. 상체가 약해. 공 던지기도 못 하는걸.”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머리 굴려서 한 말이 소음인이 어쩌고저쩌고. 69세 엄마 앞에서. 나도 아빠처럼 입으로 핑계를 댄다.

머리 굴릴 시간에 몸으로 바로 실천하는 조 여사님! 역시 우리 엄마다! 오늘도 하나 배워갑니다.




조회수
42,068
좋아요
17
댓글
13
날짜
30/5/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