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 보다가
방탄 보다가
누군가의 쇼츠를 보다가
‘어? 아까 폰으로 뭐하려고 했더라?’
길을 잃었다
청소나 하자
씽크대 닦다가
설거지 하다가
‘아! 택배가 왔었지’
냉동식품은 냉장고로
건조식품은 선반으로
가습기는 거실로
‘아, 화분에 물을 안 줬구나!’
그동안 목 말랐나 보네
화분에 물 주다가
청소기가 발에 툭
‘청소기는 왜 꺼내 놨지? 아......’
거실 여기저기
방안 구석구석
청소기 돌리다가 눈에 띈 메모장
‘아, 아까 문자 보내려고 했었구나!’
길을 찾았다
비밀번호 누르니
아까 보던 쇼츠가 뜬다
‘아, 이거만 보고 하자’
또 길을 잃는다
길을 잃는 건 순간,
찾는 건 돌고 돌아 한참 후에
넋 놓고 있다가
자꾸만 사라지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