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 거미줄 하나가 내려온다. 기억조차도 없는 과거의 어느 날에 우연히 거미 한 마리를 밟지 않고 살려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방화, 살인, 강도...... 수많은 죄를 짓고 지옥에 왔다. 모두가 고통에 울부짖는, 그 소리가 내 소리인지 다른 사람의 소리인지조차 알 수 없는 곳이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줄을 잡고 올라가기 시작한다. 한참을 올라가던 중 아래를 내려다보니 같이 비명을 지르던 수많은 죄인도 마지막 목숨줄인 양 줄의 아랫부분을 부여잡고 겹겹이 쌓여 올라오고 있었다. 가느다란 거미줄이 흔들린다! 불안함에 휩싸인 그는 소리를 질렀다. “이건 내 줄이야! 모두 내려가라고!” 그 순간 거미줄은 끊어지고 그는 다시 지옥으로 떨어졌다.
일본의 짧은 소설<거미줄>의 내용이다.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뺏은 자가 겨우 거미 한 마리 살려준 적이 있다고 기적과도 같은 구원의 기회를 얻다니! 도대체 신은 왜 그에게 거미줄을 내려준 걸까? ‘그가 훌륭한 일을 해서’는 절대 그 답이 아닐 것이다. ‘그냥 살려주고 싶었다.’는 것 외엔 답이 없는 것 같다. 단지 한 사람이라도 살리고 싶었던, 그것을 위해 어떤 작은 핑계라도 필요했던 신의 마음이 거미줄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신의 이런 마음을 조금도 알지 못했고 자신만을 위해 몸부림치다 다시 지옥으로 떨어지고 만다.
‘살리고 싶은 마음’ 그것이 신의 용서일까? 아무리 악인일지라도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보이면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보고 싶은 마음. 가끔 성경을 읽다가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 왜 벌을 안 주고 기회를 주는 거지? 왜 혼내지 않는 거지? 탕자의 아버지는 아들을 왜 받아들이는 거지? 오른뺨을 치는데 왜 왼뺨까지 내밀라는 거지? 오른뺨을 맞은 것만으로도 충분한 데.
아마도 이 모든 질문의 답은, 거미줄을 내려준 신의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