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에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소녀가 있었다. 그녀의 꿈은 댄서. 수업 중에도 손을 휘저으며 몸으로 리듬을 타고 흔들며 즐거워했다. 소녀에게 학교 규칙은 아주 성가신 것이었다. 일탈행동으로 담임교사를 당황스럽게 하곤 했다. 어느 날 교무실에 한 여학생이 전학을 왔다. 마침 소녀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다짜고짜 소녀는 소리 지르며 전학생에게 달려들었다. 쉬는 시간이라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는 교무실. 선생님들이 개입하고 말리려 했지만, 흥분한 소녀는 완강하게 전학생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
‘주님!’ 간절하게 불렀다. 몇 걸음 떨어져 있던 나는 아이들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소녀의 이름을 부르며 꼬옥 안았다. 전혀 생각지 못한 나의 행동에 스스로 놀랐다. 그 아이는 처음엔 벗어나려고 저항하다가 가만히 있었다. 잠시 후 소녀는 진정했고 대화할 수 있었다. 전학생과 소녀는 서로 아는 사이로 며칠 전 학교 밖에서 시비 붙을 일이 있었다고 했다.
몇 년 전 당산역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람을 경찰이 제지하지 못하자 한 젊은이가 다가가서 안아줬던 일이 화제가 됐던 뉴스가 있었다. 청년이 끌어안고 어깨를 두드리자 취객은 마음이 누그러뜨려졌다. 안하무인으로 날뛰는 소녀를 가라앉힌 것도 ‘포옹’ 이었는데 어떤 힘이었을까?
오늘 아침 교육 방송에서 “누군가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순간 뇌하수체에서는 옥시토신 호르몬이 방출됩니다. 포옹 호르몬은 심장박동을 줄여줌으로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혀 줍니다.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배고픔을 잊게 하고, 불안한 마음이 진정되게 하고요. 뇌 기능이 향상되고, 면역력이 증가하고, 자존감과 공감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과학적인 효과가 입증되었습니다”라고 한다.
그랬구나! 순간을 스친 영감이 제대로 작동한 것이다. 이성을 잃은 아이를 덥석 껴안음으로 나와 소녀의 심장이 박자를 맞추고 긴장된 마음이 이완 상태로 전환되었다. 격한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포옹은 위로와 공감의 행동이었다. 이 위력적인 행동을 가족들과 함께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