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덥다 한 것이 엊그제인데
어느덧 한 점 찬 바람이 내 머리를 살짝 빗긴다
불 앞에서 더워더워
불 없는 요리 삼매경
강한 햇빛에
피부도 얼굴도 그을임
어디든 물만 있다면 풍덩 풍덩
어디든 에어컨만 있으면 풍덩 풍덩
깊은 여름밤
찢어지게 우는 매미
그 속에서 더욱 아우성치는 여름 곤충 소리
여름 해와 대치 중인
찡그리는 얼굴
한없이 늘어진 피부
퍽퍽 무거운 여름 걸음
어디든 물만 있다면 풍덩풍덩
어디든 에어컨만 있으면 풍덩풍덩
새벽녘
여직 뜬눈으로 지새우는 풀벌레
온몸에 닿는 찬 공기에
부스스 일어나 슬쩍 닫는 창문
아
앞다투어 소리치는 풀벌레
끝없이 울어대는 매미
이제 여름도 끝인가 보오
덥다덥다 한 것이 엊그제인데
어느덧 한 점 찬 바람이 내 머리를 살짝 빗긴다
투두둑 투두두두
이제야 늦잠에서 깬 여름 장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