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다육이가 일어났다by 운영자


 

나는 식물에 손만 댔다하면 저승길을 재촉하는 마이너스의 손이다. 그래서 식물을 감히 키울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작년 여름 어느 날 지인의 소개로 뜬금없이 다육이를 키우게 되었다. 지인은 곧바로 꽃집에 가서 모양 고운 것을 두 개 고르게 하고는 화분에 분갈이까지 가르쳐주었다. “언니, 다육이는 햇볕 잘 쬐고 물은 한 달에 한번 주면 되요. 쉽죠? 걱정하지 마요.” 그래도 나는 걱정하는 마음으로 다육이를 들고 집으로 갔다.

다육이는 고맙게도 생각 이상으로 잘 자라주었다. 그런데 며칠 뒤 사건이 생기고 말았다. 바람 쐬라고 창문틀에 놓고 외출했는데 돌아와 보니 화분이 쓰러진 것이다. 바닥에 화분은 뒤집어져 있었고 흙은 산발에 흩뿌려져 있었다. 화분을 드니 다육이 상태는 처참했다. 다육이 뿌리는 꺾이고 줄기는 여기저기 쪼개져 있었다. 겨우 새 화분에 적응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그러면 그렇지. 역시 나는 식물을 키우면 안 돼!’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화분 안으로 흙을 다시 넣고, 다육이 줄기 중 그나마 손상이 덜 간 줄기 두 개를 집어서 흙 안으로 밀어 넣었다. 줄기가 버거워 할 것 같아 이파리를 절반은 떼어주었다. 사실 다육이가 잎꽂이(잎을 떼어 흙에 놓으면 잎에 뿌리가 생기면서 번식하는 방법)로 번식하는 것은 알았지만, 뿌리도 없는 줄기를 그냥 흙에다가 밀어 넣어서 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화분을 제 위치에 올리고는 체념하듯 방치했다.

가을에도 겨울에도 다육이는 간신히 제 목숨을 붙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다육이의 줄기와 잎이 갈변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히 여겼다. 그렇게 춥고 긴 겨울을 보낸 다육이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드디어 새잎을 피운 것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그 긴 시간을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이 새잎을 마구 피워내기 시작했다. 작고 볼품없었던 다육이는 이제 풍성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여름을 지내고 있다. 그것도 쌍둥이가 되어서.  

생명은 생명이었다. 내가 죽었다 판단하고 그냥 버렸다면 크게 후회할 뻔 했다. 나는 작은 도움을 주었고 다육이는 결국 제 힘으로 일어났다.

우리 주변에 저 다육이 같은 자들이 있을 것이다. 신앙이 죽었다 생각하고 손을 놓았지만, 작은 도움만 줘도 새잎을 내고 더 빛나게 자라날 자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의 할 일은 큰 것이 아니다. 그들을 들어 신앙의 터 위에 다시 올려주는 일 하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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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7/7/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