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덮는 미학by 파란백조

 

 


교회를 이전하고 도배를 마지막으로 할 차례였다.
본당과 문화센터를 도배해야 했는데 도배지와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이 100만원에서 110만원 정도로 우리의 예산을 뛰어넘는 계산이었다. 이 집으로 할까 저 집으로 할까 고민하던 중에 교회집사님이 소개해 주신 분이 계셔 견적을 다시 내었는데 합이 55만원으로 절반의 가격이었다. 소개해 주신 분 역시 교회에 다니시는 분이셨고 교회장로님이셨다. 이전에 도배 집을 했었는데 지금은 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도배지가 여분 있고 교회라서 도배비만 받고 해 주시는 것이었다. 
와!  역시 하나님은 우리의 주머니사정을 아시고 저렴하게 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셨다. 

도배는 모든 공사의 마지막.
3주간의 성전단장을 거의 마치고 이제 도배만 남은 차례였다. 교회장로님은 일하실 분 한분을 데리고 오셨는데 이분 역시 교회장로님이셨다. 앞의 장로님은 다른 볼일이 있어 그날 오후 늦도록 오지 않으셨고 뒤에 오신 장로님께서 혼자 도배를 하셨다. 요즘은 컴퓨터로 도배지 크기가 잘리고 풀도 붙여진다고 해서 빨리 될 줄 알았는데 그런 기계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오로지 성실한 수작업.

일하시는 장로님은 연신 싱글싱글 웃으시며 찬양을 하시며 일을 하셨다. 
다소 느리긴 했지만 주님께 힘을 구하며 지혜를 구하며 일하고 계셨다. 역시 하나님은 당신의 거하실 성전을 아무에게 맡기시지 않으시고 생각과 마음이 맞는 상대자를 찾아 성전 도배를 붙이게 하셨다는 확신이 들었다.

장로님은 일하시며 이런 말씀을 하셨다. 
[도배는 모든 공사의 마지막에 하는 것이다. 목수가 잘 못한 것, 전기기사가 잘 못한 것들을 도배하면서 모두 덮어주어야 한다. 무릇 사람도 그러하다.]
30년 넘게 일하신 내공이 넘치는 말씀이셨다. 
교회에 어떻게 다니게 되셨냐고 여쭈니 부모님이 다니셨고 자녀 중 아들이 목회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하늘 앞에 신앙의 뿌리가 있는 가문 출신이셨다.

비록 첨단장비로 하는 신도배 작업은 아니었으나 하늘 아버지께 오늘 작업 잘했다고 기도하며 돌아가시는 뒷모습이 아름다우신 분이셨다.
그분 덕분으로 우리는 하얗게 도배된 새 성전에서 예배를 드리게 되었으니 모든 개성과 재능을 하늘 앞에 쓰이게 하시는 고맙고 감사하신 성삼위께 더욱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도배하는 이틀 내내 비가 온 대지를 덮었다.
온 세상을 덮어버리는 비 역시 모든 만물과 세상의 더러움을 덮고 게다가 씻어 깨끗하게 만든다.
도배하는 것을 통해 덮는 미학을 배우게 되니 인생은 사는 내내 배우고 깨달아야 하는 것이 너무나 많음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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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8/5/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