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태초부터 이상향, 즉 유토피아를 꿈꿔왔다. 현실에서 쉽게 이룰 수 없는 이상세계에 대한 열망, 그리고 이를 실현하려는 인류의 몸부림은 시대와 문명을 넘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불교의 극락정토, 유교의 대동사회, 플라톤을 비롯한 서구 사상가들이 그린 이상국가까지 모두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이상세계에 대한 비전은 인류 문명을 이끌어온 강력한 동력이자, 시대와 사회를 초월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인간 공동체의 보편적 열망이었다.

▲ 구약성경 이사야서 11장 6~8절은 메시아 시대에 도래할 평화와 조화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구절이다. 이에 대해 각 교파별로 문자 그대로 또는 비유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사야서에 담긴 인류의 이상세계 비전
구약성경 이사야서에는 인류가 오래도록 꿈꾸어온 이상세계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사야서는 메시아를 예언하고, 예수의 십자가 사건을 예시하는 구절로 신·구약을 통틀어 가장 널리 알려진 성서로 꼽힌다. 그 가운데서도 이사야서 11장 6~8절은 메시아 시대에 도래할 평화와 조화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구절이다.
“그 때에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거하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찐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 아이에게 끌리며… 젖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며 젖뗀 어린 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을 것이라(이사야 11장 6~8절)”
이 구절은 수세기에 걸쳐 유대교는 물론 기독교, 현대의 여러 신흥종교에서도 다양하게 해석되어 왔다. 특히 이 예언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실현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져왔다. 문자 그대로 먹이사슬이 무너진 평화의 세계를 의미하는지, 혹은 비유로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유대교와 기독교의 다른 시선 “예언은 성취됐는가?”
유대교가 그리는 이상향은 구약성경 창세기의 에덴동산과 같은 세계다. 인간과 동물이 모두 채식을 실천하며 조화와 평화를 누리는 상태로, 유대교 전통에 따르면 이러한 질서는 메시아 시대에 회복될 것이라 믿는다. 모든 유대인이 정치적 예속에서 해방되어 이스라엘로 돌아와 평화롭게 살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사야서 11장의 ‘동물천국’에 대한 해석은 오래전부터 갈라져 왔다. 11세기의 대표적 랍비 주석가 마이모니데스(Maimonides)는 이 구절을 상징적 비유로 보았다. 그는 이리와 양, 사자와 송아지가 강자와 약자를 은유한 것이라 해석하며, 메시아 시대에는 폭력과 억압이 사라지고 정의와 공의가 실현된 사회가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또 다른 랍비인 나흐마니데스(Nachmanides)는 이 구절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메시아가 오면 야생 동물의 본성 자체가 변화해 온순해진다고 해석한다. 중요한 점은, 유대교는 여전히 이사야가 예언한 메시아 시대가 시작되지 않았다고 본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예수를 메시아로 고백하는 기독교와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기독교는 이미 2천 년 전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십자가 사건 속에서 예언이 성취되었다고 믿는다. 이와 달리 유대교는 메시아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고 보며, 지금도 유대인들은 예루살렘 통곡의 벽에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 유대교는 메시아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고 보며, 지금도 유대인들은 예루살렘 통곡의 벽에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기독교 해석의 두 축, 문자적 이해와 비유적 이해
기독교 전통 안에서도 교파와 설교자마다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지만, 크게 문자적 해석과 비유적 해석으로 나뉜다. 문자적 해석은 이사야 11장이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 이후 완성될 하나님의 나라를 예언한 것으로 본다. 동물 세계와 인류 사회에서 더 이상 약육강식이 존재하지 않고, 누구도 서로를 해하지 않는 완전한 평화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교회의 설교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사자나 독사 같은 들짐승이 어린양과 어린아이들과 평화롭게 지내는 곳이 될 것이다. 인간 사회와 자연계에서 더 이상 약육강식의 법칙이 사라지고, 해함도 상함도 없는 완전한 평화가 임할 것이다.”
또 다른 주석은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복된 세계는 미움과 갈등, 다툼이 없는 조화의 세계였다. 그곳에서는 맹수와 가축이 함께 뛰놀고, 짐승들이 어린아이에게도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질서가 세워질 것이다.”
비유적 해석은 이 구절을 복음 안에서 원수 같던 이들이 하나 되는 공동체로 이해한다. 즉, 예수님이 오심으로 시작된 초대교회의 공동체 안에서 이미 부분적으로 실현되었다는 것이다(에베소서 2:14~16). 나아가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새 하늘과 새 땅’의 비전과 연결 지어, 미래에 메시아가 다시 올 때 성취될 인간 사회의 평화와 화해를 예표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국내외 신흥 교단의 해석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여호와의 증인,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기독교복음선교회 등 국내외 신흥 교단들도 각자의 교리적 특징에 따라 성경을 해석해 왔다. 여호와의 증인은 이사야 11장 6~8절을 문자 그대로 ‘동물천국’으로 해석하는 점이 특징적이다. 여호와의 증인은 하나님의 왕국이 도래하면 늑대와 어린 양이 평화롭게 살고, 맹수는 성질이 변하여 풀을 뜯으며, 아이가 독사와 함께 놀아도 해를 입지 않는 지상 낙원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다. 실제로 여호와의 증인 공식 사이트에는 이러한 해석을 반영해 인간과 맹수가 함께 어울리는 장면을 묘사한 이미지들이 다수 게재되어 있다. 다만 상황에 따라 동일한 성경 구절을 인간의 성품을 동물에 빗댄 상징적 표현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신천지는 교단 이름 자체가 성경 요한계시록 21장에 등장하는 ‘새 하늘과 새 땅’을 의미한다. 신천지 교리에 따르면 ‘새 하늘 새 땅’은 하나님이 함께 거하시며, 사망과 고통이 없는 나라다. 이는 계시록에 예언된 12지파와 인 맞은 14만 4천 명을 중심으로 세워지는 하나님의 나라로 이해된다. 신천지는 이 무리들이 육신의 영생에 이르며, 순교자들과 더불어 신인합일(神人合一)을 이루어 왕으로서 다스린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해석이 신천지 교리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힌다.
기독교복음선교회, ‘이상세계’ 비유로 해석
기독교복음선교회(Jesus Morning Star)는 이사야 11장에서 묘사된 부분을 ‘이상세계’를 비유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한다. 이 구절을 상징적으로 이해하는 시각은 일부 기존 교단에도 존재하지만, 선교회의 핵심 교리인 ‘30개론’은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해석 논리를 전개한다. 30개론에 따르면 본문에 등장하는 이리, 어린 양, 표범, 송아지, 사자 등은 실제 동물이 아니라, 각기 다른 성향과 배경을 지닌 사람들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메시아가 오면 맹수와 초식동물이 함께 사는 세상이 온다는 뜻이 아니라, 종교·문화·성격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 되어 사랑과 평화의 공동체를 이루게 된다는 의미다.

▲ 기독교복음선교회 교리 30개론에 따르면 이사야서 11장에 등장하는 이리, 어린 양, 표범, 송아지, 사자 등은 실제 동물이 아니라, 각기 다른 성향과 배경을 지닌 사람들을 의미한다. 즉 메시아가 오면 종교·문화·성격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 되어 사랑과 평화의 공동체를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정명석 목사는 창세기 49장에서 야곱이 열두 아들을 동물에 빗대어 축복한 사례를 들어 이사야서의 예언 또한 예수를 중심으로 이스라엘 12지파가 하나 되는 이상세계를 가리킨다고 해석한다. 실제로 예수 이전 이스라엘 12지파는 극심한 분열 속에 있었으나, 예수를 따르는 무리는 12제자를 중심으로 연합했고 이는 초대교회 공동체로 이어졌다. 선교회는 이를 이사야의 이상세계 예언이 성취된 사례로 본다. 반면 메시아를 기다리면서도 예수를 거부한 이들은 그 세계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해석한다.
선교회 교리에 따르면 ‘지상천국’이란 진리와 사랑이 이 땅에서 온전히 실현된 세계를 의미한다. 영혼은 하늘나라 천국에 들어가고, 육신은 수명이 다할 때까지 땅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며 신부의 삶을 살아간다. 창세기 1장 28절의 말씀처럼, 인간은 먼저 하나님을 최우선으로 사랑하며, 영과 육이 성장하는 과정을 거친다. 때가 되면 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루는 육적 번성, 그리고 삼위를 사랑하고 복음을 전파함으로써 신앙의 자녀를 낳는 영적 번성을 이루게 된다. 이와 함께, 타락에서 회복된 인간이 만물을 주관하는 ‘3대 축복’이 완성된 상태가 바로 지상천국이다. 선교회는 또한 이상세계가 단번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때’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개된다고 강조한다. 구약 4천 년이 끝난 뒤 예수가 신약 시대에 이상세계를 펼친 것처럼 지금은 예수가 영으로 재림하여 성경에 예언된 ‘천년 이상세계’를 실현해 간다는 주장이다. 인류는 지금까지 과학, 정치, 사상 등의 발전을 통해 이상세계를 이루고자 했지만, 선교회는 진정한 이상세계는 영으로 재림한 예수가 사명자를 통해 전하는 말씀으로만 가능하다고 본다. 선교회 교단 교육국 나명만 목사는 “하나님께서 인류를 구약과 신약 시대보다 더 차원 높은 최고의 사랑으로 대하시는 시대가 열렸고, 지금 그 시대가 진행 중이다”라며, “그동안 여러 교단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상세계를 해석해왔지만, 결국 그 말씀이 실체로 이루어진 것을 통해 무엇이 참된 하나님의 역사인지 분명히 드러날 것”이라고 전했다.
기사원문 : [한강일보] http://www.hangg.co.kr/news/view.php?idx=10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