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장 지오노의《나무를 심은 사람》
프랑스 남부 황무지 마을에 살고 있는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 여행 중 우연히 마주친 부피에는 말없이 묵묵히 자기 일에만 몰두한다. 그가 하는 일은 도토리 100개를 정성스레 골라 매일 황무지 산에다 심는 일. 좋은 씨를 심어야 좋은 나무가 자라는 걸 알고 있단 듯이 벌써 3년째 홀로 나무를 심어왔다. 목을 축일 만한 샘 하나 없이 황량하고 메마른 바람만 불어대는 여기에 부피에는 왜 그토록 나무를 심고 있는 걸까. 쉰다섯의 부피에는 아내와 아이를 잃고 고독한 날들을 지내며 나무마저 죽어 없어져 가는 이 땅을 다시 살리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너도밤나무 재배법도 배우고 연구하며 묘목을 기르고 또 옮겨 심고. 심은 나무가 자라나는 면적이 늘어나는 만큼 이동의 불편마저 줄이려 부피에는 집에서 약간의 거리가 있는 곳엔 잠시 거할 돌집까지 지어가며 나무 심는 일에 헌신적으로 임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점점 숲을 채워 자라나갈 모습을 그리며 오늘도 쉼이 없다.
그로부터 32년 후, 옛 기억을 더듬어 다시 찾은 나는 나무숲이 울창하게 뒤덮은 산록을 바라보며 부피에의 손길을 새삼 느끼는 중이다. 그사이 두 번의 세계대전이 닥친 험난함 속에서도 부피에는 여전히 나무를 심고 가꾸며 이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덕분에 예전과 완전히 달라져 생기가 돌고 희망의 샘이 넘쳐흐른다. 새들이 지저귀고 나무들의 푸른 향이 기분 좋게 불어온다. 부피에의 위대한 집념과 열정으로 담아낸 결실이다.
뭐든 끝장 보는 사람은 큰일을 치르는 법이다. 이 힘겨운 일을 꾸준히 해낸 소설 속 주인공이지만 존경심을 품게 된다. 쓰러져 가는 척박한 환경 탓만 하다 함께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새로운 마을도, 어쩌면 부피에 자신도 재탄생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이토록 풍요로운 마을을 일구어낼 수 있었던 건 한 사람의 집요한 열정, 그리고 끊임없는 실천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