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설 공주>라는 동화를 읽었다. 제목이 주는 기대치를 채우지는 못했지만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설 공주는, 나쁜 왕비로 인해 어려움을 겪다가 왕자님을 만나 이를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왕비에게 미움을 받은 이유도, 왕자와 결혼하게 된 이유도 모두 타고난 ‘아름다운 외모’ 때문이다.
흑설 공주는 검은 피부를 갖고 태어나 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자란다. 자신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위축되어 살아가지만, 늘 책을 가까이하며 지혜를 찾고 내면의 소중함을 깨달아 간다. 왕자님이 아닌, 같은 가치관을 지닌 정원사를 만나 사랑을 이루며 누구나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누가 봐도 이 시대에 적합한 여성상은 흑설 공주인 듯하다. 그럼, 이제 아이에게 백설 공주가 아닌 흑설 공주를 읽어줘야 할까? 아니, 나는 백설 공주를 먼저 읽어 줄 것이다.
흑설 공주가 재미있었던 이유는 백설 공주를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흑설 공주가 더 새로웠고 메시지도 뚜렷하게 다가왔다. 또한, 아이들이 읽을 동화라고 생각하면 백설 공주가 더 재미있다. 마법과 일곱 난쟁이라는 재미있는 상상의 세계, 선한 사람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흥미진진한 과정과 악한 사람이 벌을 받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대리만족. 이렇게 따져보니 백설 공주가 고전으로 지금까지 전해지는 이유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
이 시대가 지나고, 다른 가치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면 ‘또 다른 흑설 공주’가 필요해지지 않을까? 백설 공주가 존재하기 때문에 재창조의 여지가 계속 생긴다. 역시 고전은 모태로 남아 우리에게 계속 좋은 자극과 메시지를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에게 최고의 고전은 무엇일까? 모태가 되어 수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많은 생각을 끌어내 주는 책. 수 세기 동안 수많은 사람에 의해 재창조되는 책. 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를 담은 책. 아, 정말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나님의 말씀이 담긴 사연 많은 그 책, 성경. 지금보다 더 오랜 세월 남아져, 우리에게 끊임없는 자극과 메시지를 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