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돌멩이 수프by 주아나

 

 


옛날에 작지만 아름다운 마을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한 나그네가 그 마을을 지나가다가 집을 두드리며 먹을 것을 청했습니다.
“배가 너무 고파서 그러니 음식 좀 나눠주시오.”
“우리 집에는 당근이 몇 개밖에 없습니다.”
“콩이 한 줌밖에 없어요. 다른 집에나 가보세요.”
“먹다 남은 옥수수 열 알 뿐입니다. 이걸로 무얼 하겠소.”
“고기 한 조각으로 누구 입에 붙이겠소.”
마을은 생각보다 가난했고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나그네는 잠시 생각하더니 마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이 마을에서 가장 큰 솥을 준다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수프를 끓여주겠소.”
그러자 한 남자가 엄청나게 큰 솥을 들고 나왔습니다.
“여기 솥 가져왔어요. 대체 무슨 수로 가장 맛있는 수프를 만든단 말이오?”
이 말을 들은 나그네는 방긋 웃으면 이야기를 했습니다.
“바로 그 비법은 이 돌멩이란 말이지요.”
“네? 이 돌멩이요?”

돌멩이 하나로 맛있는 수프를 끓여준다고 하니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나그네는 팔팔 끓는 물 속으로 돌멩이가 넣었습니다.
그리고는 긴 국자로 솥 안을 힘차게 젓기 시작했습니다.

나그네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마을사람들에게 입을 열었습니다.
“아, 당근 하나만 한 능력이라도 있으면 더 맛이 좋을 텐데...”
그때 누군가 말했어요.
“내가 다른 것은 없어도 당근 하나만한 능력은 있으니 보탤게요.”
나그네는 국자로 수프를 휘젓더니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아, 밀가루 한 줌만 한 능력이라도 있으면 더 맛이 풍부해질 텐데...”
“그건 나에게 있어요. 밀가루 한 줌이라도 괜찮다면 가져다 드릴게요.”
“여기에 고기 한 조각 같은 능력이 있다면 깊은 맛이 우러나올 텐데...”
“한 조각이면 되오? 그거라도 된다면 내가 주겠소.”

마을 사람들은 나그네의 말에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나에게 감자 세 개 같은 능력이 있을 거예요.”
“그럼 나는 옥수수 열 알 같은 재주가 있을 거예요.”
“나라고 빠질 수 없지. 나는 양배추 두 잎 같은 능력을 주겠소.”
“나도 찾다 보면 뭐라도 나올 테니 가져올게요.”
“분명 작은 피망 같은 재능이 있었던 거 같아요. 찾아볼게요.”
나그네는 신이 나서 외쳤습니다.
“좋아요. 어서들 가져오세요. 무엇이든지 있는 대로 솥에 넣는다면, 아주 맛있는 돌멩이 수프가 될 거에요.”
마을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집으로 달려가 솥에 넣을 재료를 가져왔습니다.
커다란 솥 안은 여러 가지로 가득 차서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맛있는 냄새가 퍼져 나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수프를 맛보기 위해 저마다 그릇과 숟가락을 가져왔습니다.
이윽고 수프를 맛본 사람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수프가 있다니!”
“정말 마법의 돌멩이인가 봐요. 이런 환상의 맛은 처음이에요.”
“나그네는 보통 사람이 아니네. 최고의 요리사 인가 봐.”
나그네는 방긋 웃으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돌멩이 말고도 마법의 비법을 하나 더 넣었지요.”
“또 다른 비법이요? 그게 무엇인데요? 가르쳐주세요!”

“바로 여러분이 주신, 작고 소박한 그 힘이 바로 이 맛의 비법입니다.
이 맛있는 수프를 나 혼자 능력으로 다 만든 것이 아닙니다.
이 돌멩이 하나로 다 만든 것도 아닙니다.
나와 함께 여러분이 가진 당근 한 뿌리, 고기 한 줌, 콩 몇 알 같은 능력들이
모이고 모여서 이렇게 맛있는 환상의 수프가 된 것입니다.

하나의 국가, 하나의 종교, 하나의 부서, 하나의 교회, 하나의 가정 할 것 없이,
큰 솥 만 있다고, 최고의 요리사만 있다고, 마법의 돌멩이만 있다고
맛있는 세상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모든 사람이 솥 안에 자신의 힘을 보탠다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멋있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포르투칼 민화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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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15/1/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