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 할 일 없는 기관으로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맹장이다.
맹장염이라도 걸리면 ‘아, 운도 없네.’하며 이 쓸모없는 장기가 왜 몸에 붙어 있어서
나를 힘들게 할까 탄식을 낸다.
맹장은 아무 역할 없이 병이나 일으키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맹장은 소장과 대장 사이에 있는, 길이 6-10센티의 막힌 주머니 모양의 조직이다.
과거엔 제 기능을 했지만, 세월이 흘러 이제 기능은 사라지고 단지 그 흔적만 남았다고 해서
흔적기관이라고도 불린다.
불명예만 안고 살아가던 맹장에게 희소식이 들렸다.
미국의 듀크대 의대 연구진들이 맹장의 중요한 기능을 발견했다.
하나는 맹장이 유익한 균의 공장이자 피난처라는 것이다. 유익한 균이 병원균과 싸우다 힘이
빠지면 맹장에서 잠시 쉬었다가 기운을 차리고 다시 싸우러 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맹장은 소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했다.
소화를 담당하는 소장은 아래를 향해 있고, 대장은 위를 향해 있기에,
서서 움직이는 인간이 음식물을 잘 소화하기 위해서는 둘의 연결부위인 맹장이 꼭 필요했다.
또한 맹장은 대장 내용물이 소장으로 역류하는 것을 막아주기도 했다.
소장에서 미처 흡수하지 못한 수분과 염분도 흡수해 주었다.
이제 맹장도 자신의 억울함이 풀렸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 같다.
사실, 몸에 필요 없는 장기는 없다. 단지 그 역할이 무엇인지 몰랐을 뿐이다.
가끔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나는 주님의 편도선이야.”, “나는 주님의 꼬리뼈야.” 할 때가
있었다. 그만큼 내가 주님을 위해서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는 사실을 그리 표현했었다.
그런데 자신의 진면목을 몰라서 그렇지,
알고 보면 몸의 면역력을 담당하는 편도선, 체중을 지탱하는 꼬리뼈 같이
겉보기에는 쓸모없어 보여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자인지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