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심하게 뛰어다녔다.
6살 형아가 뛰면 3살 동생도 덩달아 뛴다.
층간소음에 예민한 아래층 때문이라도 자제해야 했다.
몇 번의 타이름에도 아이들은 안방으로 거실로 부엌으로 뛰어다니기 바빴다.
인내심의 한계가 얕은 나는 가슴에 불이 오기 시작했다.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서야 첫째가 겨우 멈췄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는 둘째는 계속 달린다.
둘째를 아예 잡고서 못 달리게 하니 신경질을 낸다.
그래서 계속 잡고 있으니 짜증을 내며 울더니 더 세게 발 구르기를 한다. 쿵! 쾅! 쿵! 쾅!
어쭈... 나 보란 듯이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더 해댄다.
아래층에서 시끄러웠는지 벽치는 소리가 들린다.
부글부글... 드디어 화산이 폭발했다.
“이 녀석, 엄마 말을 안 들어? 맴매 어딨어? 맴매!”
둘째는 더 자지러지듯이 울면서 몸을 구르고 난리가 났다.
나는 습관처럼 현관 앞에 있는 나무로 된 구두주걱을 가져왔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을 훈육하는데 손에 꼭 뭔가를 들기 시작했다.
화를 참지 못하면 아이 몸에 손을 쉽게 대기도 했다.
그날도 그렇게 내 화를 참지 못하고 습관처럼 매를 들었다.
둘째는 여전히 바닥을 이리저리 치며 난리를 치고 있었다.
나는 훈육을 핑계로 이를 악물고 엉덩이 쪽을 강하게 때리려 했다.
그런데 순간,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맞은 것도 아니고, 누가 옆에서 막은 것도 아닌데,
그 튼튼한 구두주걱이 정말 거짓말처럼 뚝 부러진 것이다.
부러진 구두주걱을 들고 정신이 멍해졌다.
‘이게 뭐지? 기적인가?’
‘아니야. 때리지 말라는 주의 계시인가?’
‘어쩌면 너 계속 그러면 나한테 혼난다는 경고?’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명확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내 머리를 강하게 스치며 지나는 생각 하나가 있었다.
‘아, 주님이구나. 주님이 대신 맞고 있었구나.’
주님은 주가 낳고 기르신 사랑스런 아이들이 혼나는데 가만 계실 리가 없었다.
내가 매를 들고 혼내니 차마 그 모습 보실 수 없어 아이들 앞에 서 계셨던 것이다.
어찌 이 한 날 뿐이었으랴.
아이를 혼내는 그 순간마다 아이를 감싸 안고 계셨을 것이다.
분명 아이를 귀히 대하라고 말씀으로도, 감동으로도, 누군가를 통해서도 깨우쳐주셨지만,
내 화를 이기지 못하고 내 식대로 대한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니 주님은 제 몸으로 막아서라도 아이를 지키고 계셨던 것이다.
구두주걱이 공중에서 뜬금없이 부러진 것이 아니었다.
주님의 몸에 대신 맞고 부러진 것이다.
‘나 대신 십자가를 져 주셨구나...’
아이들로 인해 오는 심정의 십자가를 내가 못 받겠다 해버리니,
주가 대신 받아 십자가를 져 주신 것이다.
나는 못난 엄마다. 못난 주의 사랑이다.
감사하면서도 참 가슴 아픈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