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아파 고생한 적이 있는가?
얼마 전 자전거를 타고 가다 내리막길에서 굴러 오른쪽 팔꿈치에 금이 갔다.
내 인생 처음으로 기브스를 했다.
며칠하지도 않고 매일 붕대를 바꾸는데도 팔이 근질근질거리고 생활상에 불편한 것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페트병을 하나 열 때도 왼손 하나로는 안 되고 꼭 두 손을 사용해야 열수 있었다.
참 똑똑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병뚜껑을 여는데 그 정도 힘이 가해지면 열릴거란 것을 알았을까.
이만하기 다행이다. 아이들도 자전거를 탈 때는 헬멧과 손발 보호대는 필수이다.
종이로 글을 쓰기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자판으로 글을 쓰는 때가 많아서 글쓰기도 힘들다. 자판 위에 손을 얹어야 다다다다 머리에 생각들이 나오는데 말이다. 종이에 볼펜을 들고 있는 것 보다 컴퓨터 자판에 손을 얹어야 생각이 떠오르는 뇌의 구조가 되었다.
어쭈. 언제부터 그랬다고.^^
덕분에 우리 집은 평소보다 더 엉망이 되었다. 폭격을 맞은 집 같다. 피난 가기 전 짐을 잘 못 꾸려 몸만 빠져 나온 집같이 말이다.
싱크대는 어떠한가. 남편이 씻기 전까지 그릇들은 결코 깨끗해 질수가 없다.
남편은 어찌나 더디게 그릇을 씻는지. 마치 내가 일을 더 시킬까봐 일부러 늦게 설거지를 하는 것도 아닐텐데.
아. 내 귀중한 오른팔이여. 너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는구나.
네가 다 나으면 깨끗하게 때를 벗기고 향기 나는 로션을 발라주마.
그리고 마구마구 일을 해야지.
내 몸에 붙은 소중한 지체. 수억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나만의 귀한 몸이다.
최근 내가 가진 재산이 너무 없다는 사실에 조금 우울했는데, 내가 가진 성한 몸이야말로 그 어떤 재산보다 값어치 나가는 보물인 것이다.
이런 귀한 몸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왼손 둘째손가락으로 치는 이 글을 마친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