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감사’를 많이 외쳤던 때가 언제일까 생각해봤다. 바로 러시아로 언어연수를 떠났을 때가 아닐까 싶다. 7-8월쯤에 도착한 이르쿠츠크. 몇 달이 지나지 않아 기숙사 근처가 모두 얼음길로 변했다. 그리고 5-6개월간 계속 그 상태였다. 내리는 눈을 본 적은 별로 없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밤새 내린 눈에 길이 얼어있었다.
현지에서 산, 안에 털이 가득 든 따뜻한 신발을 신고 조심조심 학교로 걸어가곤 했다. 그런데 나는 꼭, 반드시, 1번 이상 넘어졌다. 다른 친구들은 조심하지도 않고 팍팍 걸어가도 안 넘어지는데, 나는 조심조심 걸어가도 꼭 넘어졌다. ‘내 걸음걸이에 문제가 있든지, 어떤 근육 하나가 유달리 약하든지…….’ 처음에는 걸을 때마다 너무 신경이 쓰이고 짜증이 났다. 하지만 하도 자주 넘어지니 나중에는 ‘어휴, 오늘도 넘어지는구나.’ 툭툭 털고 일어나면 그만이었다.
당시 넘어지고 일어나면서 늘 의식적으로 중얼거린 말은 “감사합니다!”였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넘어져서 다칠 수도 있었고 다른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었는데 탈 없이 넘어지기만 했으니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래야 앞으로도 계속 지켜주실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달간 계속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다녔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자주 넘어진 것이 오히려 주님을 더 많이 찾는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 차츰 잘 안 넘어지게 되었다. 여전히 다른 아이들보다 조심하며 걸어야 했지만. 그때부터는 안 넘어져서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감사는 또 다른 감사를 부른다.’ 말씀을 보니 그 날의 내가 생각났다. 처음에는 걱정돼서 의식적으로 감사했었는데, 나중에는 정말로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감사를 외치면서 더 주님을 찾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더 감사한 일들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