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 차 사 줘~ 땅을 평평하게 하는 거~"
며칠을 계속 이야기하기에 사줄까 싶었다. 마트에 갔는데 딱히 맘에 드는 게 없다.
3만 원이 넘는 것이 있지만 그걸 사고 싶진 않았다.
'그냥 내가 만들어볼까?'
딸기 포장케이스. 색종이. 가위. 풀. 치약 포장 상자. 신문지. 휴지심 4개. 테이프.
거실에 펼쳐놓고 보니 아이의 눈이 기대감에 반짝인다.
"내가 테이프 자를게!, 내가 붙일래.~"
의욕 충만한 아이를 달래가며 함께 만들어 간다.
색종이 색을 고르게 하고 함께 신문지를 구겨 통 안에 집어넣었다.
차츰 자동차의 모습이 완성되고 마무리가 되어갈 무렵,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잠이 오나?'
'빨리 갖고 놀고 싶어 짜증이 났나?'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나도 짜증이 난다.
"울지 마요! 이렇게 울면 이제 만들기 안 할 거야!"
완성된 차를 잡고 언제 울었냐는 듯, 신나게 놀고 있는 아들.
세련되고 멋진 차는 아니지만 제법 그럴듯한 형태는 갖추었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이 깊어진다. 왜 울었을까?
그러고 보니 트리를 만들 때도 울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며 울었고, 자기가 붙이고 싶은데 엄마가 붙였다며 울었다.
어려운 부분이라 맡길 수 없었던 건데, 아이의 울음에 그때도 짜증이 섞여 있었다.
'아, 내가 중요한 걸 잊고 있었구나!' 깨달아진다.
그때 나는 '멋진 트리'를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어설프더라도 아이와 "함께" 만든, 우리만의 트리를 만들고자 했었다.
그런데 차츰 트리가 완성되어 갈수록 나는 아이를 잊고 트리에만 몰입하고 있었다.
롤러 차도 그랬다. 나는 마무리 작업을 하면서부터,
"도윤아 잠깐만 있어봐~"를 계속 외치면서 아이의 손을 막고 있었다.
나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주님 잠깐만 있어보세요. 이것만 하고요.'
주님께 기도하고 함께하기를 간구한 모든 일들.
그 일을 하면서도 나는 이렇게 외치고 있진 않을까.
일에 빠져서 주님을 잊고 일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
다급히 주님을 불러본다. 주님~! 같이 해요~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