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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에! 준비! 땅!!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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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머리가 기름진 것이 아주 보기 그랬다. 당장 샴푸로 감아야 했다. 시계를 보니 저녁 7시. 저녁 먹을 시간이다. 밥솥에 씻은 쌀을 넣고 취사를 눌렀다. 감자와 애호박을 잘라 된장국을 끓였다. ‘이것만 먹고 후딱 감아야지.’ 밥을 다 먹고 설거지했다. 아이들이 놀아달라고 한다. 보드게임을 들고 와서 거실에 펼쳤다. 잠시 놀아주자 생각하며 바닥에 앉았다. 깨작깨작하다가 놀이하다가 문뜩 머리가 생각났다. ‘머리 감아야 하는데!’

보일러 온수를 켰다. ‘온수 켜서 데우는데 5분 정도 걸리니까 다른 거 하고 있어야지.’ 소파에 앉아 있으니 그 밑으로 머리카락이 보였다. 한두 가닥이 아니었다. ‘내가 못 살아.’ 빗자루로 머리카락을 정성껏 모아 청소기로 흡입했다. 하는 김에 안방, 애들 방, 건넛방까지 다녀보았다. 청소기를 제자리에 놓고 거실로 나오니 애들이 배고프다고 난리다. 냉장고에서 우유랑 빵을 꺼냈다. 먹기 좋게 빵을 자르고 접시에 담았다. 갑자기 연락이 온다. 줌 모임이 있다고. ‘앗! 오늘이었나...’ 어쩔 수 없이 건넌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켠다. 1시간 정도 모임을 하니 그제야 생각났다.

‘머리...’
‘씻을까, 말까. 시간이 좀 그렇다.’
‘온수 킨 것이 아까우니 할까? 그냥 낼 아침에 할까?’ 시계는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시간이 문제였을까? 아니다. 시간은 방해꾼이 아니었다. 내 마음은 밀당하고 있었다. 아니 그전부터 계속할까 말까 저울질이었다. 나는 알고 있다. 내일 아침도 분명 안 감을 것을. 늘 그랬다. 할까 말까 하면 말까는 늘 이겨왔다. 말까에게 처음부터 여지를 주면 안 되는 거였는데, 여지를 주면 꼭 이렇게 미루다 끝난다. 지금도 이리 고민하는 시간에 빨리 머리나 감았으면 좋겠다. 더 늦기 전에 머리를 감아야 하는데... 늦게 머리 감으면 헤어드라이어로 말려도 속까지 말려지지 않아 베개로 누우면 촉촉한 것이 찝찝하다.

“자네는 훈련이 필요하군.”
“누구신지?”
“자네 인생 감독일세.”
“그런데 무슨 훈련이요?”
“순발력 훈련! 할 일을 두고서 할까? 말까? 생각하기도 전에 행하는 훈련이지.”
“그런 훈련도 있습니까?”
“선수가 스타트 라인에서 총 쏘면 뛰는 거지. 고민하는 거 봤어?”
“아니오.”
“할 일을 두고 왜 고민해. 고민하다가 기회만 놓쳤잖아.”
“그건 그래요.”
“지금 할 일이 머리 감을 일이라고 했나?”
“네.”
“컴퓨터 종료 누르고~”
“네?”
“제자리에~”

화장실로 준비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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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3/3/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