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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지심(自隔之心)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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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던 일이 일어났다.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 아이들을 피해 가지 않았다. 어린이집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알림이 뜨자마자 곧장 두 아이를 데리고 보건소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그때는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 이후 밀접접촉자로 간주 되어 1주일간 집에서 생활하던 중, 큰아이와 아내에게서 고열과 몸살 기운이 나타났고 모두 PCR 검사를 받았는데 나를 제외하고 모두 양성이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자가격리가 시작됐다.

나는 확진자의 가족이지만 아내와 함께 일찌감치 부스터 샷 접종을 완료했던 터라 격리 대상에서는 제외되었다.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일을 하러 가야 했기에 거실에서 지냈다. 공간적인 의미를 떠나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나는 서로 격리되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방 안에 셋이서 꼼짝없이 생활해야 하는 격리가 훨씬 힘들게 분명했다. 증상이 없거나 약하기라도 하면 모를까 아내는 심한 몸살에 인후통을 앓고, 7살 첫째 아들은 이틀 내내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렸다. 그런데도 병원에는 갈 수가 없었고, 응급실에 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나마 6살 둘째 아들이 미열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는 게 다행이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저녁마다 식사나 먹을거리를 방문 앞에 갖다 놓는 일뿐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씩씩하게 이겨냈다. 아내는 아픈 몸으로 아이들을 정성껏 돌보고 밤이면 셋이서 둘러앉아 하나님께 기도했다. 어서 빨리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내고 우리 가족이 함께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고. 아이들은 저녁이면 마스크를 낀 채로 문을 빼꼼히 열고 '아빠 보고 싶어요. 코로나 나으면 우리 빨리 만나요. 아빠 사랑해요! '라고 말했다. 그러면 나도 마스크를 끼고 '그래, 코로나 나으면 아빠가 많이 안아줄게. 아빠도 사랑해!'라고 답했다.

기도 덕분인지 모두 증세는 빠르게 호전되고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다. 침대 위에서 쿵쾅거리는 소리, 까르르 웃는 소리, 장난감을 가지고 다투다 동생이 우는 소리, 그만하고 엄마 말 좀 들으라며 호통을 치는 아내의 목소리가 문 닫힌 방 너머에서 들려왔다. 그것은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거의 다 이겼다는 신호와도 같았다. 아이들의 의지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하고 단단했다.

일주일간의 격리는 처음엔 그냥 불편한 정도였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할 수 없는 불편은 차라리 불행처럼 느껴졌다. 모르는 사람, 나와 관계가 없는 사람들로부터의 격리는 하나도 힘들지 않지만, 가족은 사랑하는 사람들과는 하루만 떨어져도 힘들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제 곧 큰아들의 생일이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내고 맞는 아주 특별한 생일, 갖고 싶어 하던 선물과 좋아하는 케이크도 사주고 마음껏 볼을 비비며 안아줘야겠다. 몸은 격리되어 있었지만, 마음은 함께였던 지난 일주일은 우리 가족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시간으로 남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지난 일주일간의 내 마음을 이렇게 정리하기로 했다.


*자격지심(自隔之心 : 자가격리 하는 사람들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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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14/3/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