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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편에 들 건가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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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서럽게 울며 나에게 온다.
얼굴엔 억울함과 속상함이 가득하다
“엄..마.. 형아가 나를 이렇게 때렸어.”
손으로 제 형 때린 모습까지 리얼하게 표현한다.


둘째가 오기 무섭게 첫째도 나를 부른다.
“엄마, 쟤가 나보고 바보라고 했단 말이야.”
첫째는 짜증 난다는 식으로 둘째를 째려봤다.
둘째도 지지 않고 흰자위를 보이며 올려본다.


“엄마, 쟤가 내가 하는 말에 웃어.”
“엄마, 형아가 나를 자꾸 따라 해.”
“엄마, 쟤가 자꾸 내 물건 만져.”
“엄마, 형아가 나 이렇게 하고 갔어.”
이편저편 들어주니 서로 편들어달란다.


아... 이제 나도 지쳤다.
한계에 다다랐다.
이~~야~~ 이것들아! 그렇게 싸울 게 없냐!!


엄마의 고함에 두 아이는 눈을 소같이 껌뻑이며
나를 지켜보더니 이내 제 방으로 가더니 깔깔거리며 논다.
언제 싸웠나 싶을 정도로.


그러고는 다시 한 시간도 안 되어 나를 찾아온다.
아까의 그 깔깔거림은 어디다 팽개치고.
이런 게 바로 철들기 전까지 멈출 수 없다는 뫼비우스 띠의 무한 반복인가?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이들의 싸움에 너무 개입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내 딴에는 아이들을 서로 이해시키려 했던 것인데
아이들은 이해보다 싸움에서 누가 엄마를 차지하느냐가 더 중요했던 것 같았다.


그래서 누가 먼저 엄마한테 오느냐, 누가 3옥타브 고음으로 엄마의 고막을 두드리느냐!
아이고~ 지친다.


안 되겠다!! 모두 스톱!!
엄마는 이제부터 파업을 선언한다.
된장을 튀기든 밥을 볶아먹든 너희 마음대로 하여라.
형 편을 들면 동생이 울고, 동생 편을 들면 형이 속상하니
차라리 편을 안 드는 것이 나도 너희도 덜 속상하겠다.


아이들은 또 눈을 소처럼 끔벅이더니 도로 방에 들어가서 참새처럼 재잘거린다.
우이씨.. 또 나만 울화통 터졌네. 그러나, 저러다 언제 터질지 모른다.


사랑둥이야~ 서로 잘 좀 지내라.
형제끼리 사이좋게 지내는 것만큼 부모에게 좋은 선물이 있겠냐!
어버이날 선물 따로 필요 없으니 올해는 제발 하나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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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5/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