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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이야기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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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은 아주 포근하고 조용한, 동물들의 첫 번째 보금자리이다.
크기도 색깔도 촉감도 다른 각가지 알에서는 새, 거미, 곤충, 물고기, 개구리와 같은 동물들이 나온다.
알 속에는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인 배아가 있는데, 신체 기관이 생기기 전의 아주 어린 아기 상태를 말한다.


배아는 알 속에서 먹고 마시고 숨 쉬며 건강하게 자란 다음, 한 마리의 새끼가 되어 알 밖으로 나온다.
배아는 식물과 동물 모두에게 있고 사람도 처음에는 배아에서 시작된다.
그 작은 배아가 커서 생명이 되니 정말 신기하다.


가자미 한 마리는 거의 900만 개의 알을 낳지만, 그중 가자미가 되는 것은 겨우 9개 정도이다.
위험이 많고 포식자가 많아 살 확률이 낮으니, 일단 많은 알을 낳고 보는 생존전략이다.
흰개미의 여왕개미는 50~100년을 사는 동안 무려 10억 개에 달하는 알을 낳으니,
지금까지 지구상에 살다간 인구수보다 많은 알을 낳았는지도 모른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새가 투쟁하여 알에서 나오는 것으로 표현하였다.
알은 세계고,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을 ‘부화’라고 하는데, 그 일은 새끼 스스로 해야 한다.


곤충들은 턱으로 알에 틈을 만든 다음 그 틈으로 나오고,
큰멋쟁이나비 애벌레는 알 속에서 공기를 들이마셔 몸을 부풀려 알을 깨뜨리는 특이한 부화를 한다.
물고기와 개구리와 같은 동물들은 부화하기 위해 알을 야금야금 먹거나 녹이고
뱀이나 새는 부리나 주둥이 위에 있는 ‘난치’라는 작은 돌기로 알을 깨거나, 뜯어낸다.
이 ‘난치’는 알에서 나온 뒤 며칠이 지나면 떨어져 나간다.
새끼 새가 알껍데기를 둥글게 깨뜨리고 드디어 머리가 알껍데기 위쪽으로 나오면,
발을 힘껏 굴려야 한다. 그래야 알 밖으로 완전히 나올 수 있다.
하나의 세계를 깨뜨린 것이다.


하나님이 창조한 모든 생명에게 처음 있었던 아주 조용하고 포근했던 상태를 기억하지는 못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살면서 몇 개의 세계를 깨뜨렸는가.
이제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고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간다.
그 최종 목적지인 세계는 과연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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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14/5/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