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전부 부수자by 날개단약속

20181004전부부수자.jpg






어느 날, 첫째가 거실에서 새로 산 장난감을 조립하고 있었다.
구슬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올 수 있도록 길을 만드는 장난감이었다.
한참을 뚝딱거리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도와줘. 아빠맨!”
둘이 다시 한참을 조립하더니 고개를 다시 갸우뚱거린다.
“도와줘. 엄마걸!”


“뭘 도와줘?”
“조립은 다 했는데 구슬이 잘 안 내려가.”
겉모습은 그럴싸했다. 그런데 뭔가 삐딱했다.
보니 몸체가 살짝 앞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분명 완성된 그림은 직각이 정확하게 맞아 있었는데...


설명서를 한참 들여다보니 아, 부품을 잘못 끼었다.
부품 크기가 1,2,3,4가 있는데 크기가 미묘한 차이라서
3이 있어야 할 자리에 4가 있고, 2가 있어야 할 자리에 1이 있었다.
미묘한 차이로 장난감이 삐딱해져 있었다.


부품이 넉넉하면 바로 빼서 맞는 것으로 끼우면 되는데,
모든 부품이 전부 맞춰서 있는 상태라
하나를 고치기 위해서 다른 부품을 빼야 했다. 


“3을 빼고 옆에 있는 4를 빼서 끼우자.”
그렇게 동시에 2개를 빼니 큰 기둥이 쓰러지려고 한다.
“꺅!... 안 돼! 여기 기둥 받치고 있어.”
“2를 빼고 아래에 있는 1을 빼서 끼워야지.”
첫째가 2를 뺀다.
“아직!!”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구슬 미끄럼틀이 무너진다.
첫째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엄마, 이거 오늘 안으로 다 할 수 있어?”


아무리 생각해도 밤샐 것 같았다.
“주안아, 부수자.”
“뭐? 안 돼. 내가 이거 만드는 데 2시간 걸렸단 말이야.”
“이렇게 뺐다 꼈다 하다가는 밤샐 수도 있어.”
첫째는 못 믿겠다는 표정이었다.
옆에서 부품에 머리가 빙빙 돌면 아빠가 거들었다.
“한번 해 봤으니까 다시 하면 더 빨리 할 수 있을거야.”
시계는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첫째가 고민하는 사이에 장난감을 슬쩍 밀었다.
와장창...
“고민할 시간도 없어. 다시 시작!”
그렇게 우당탕탕 셋이 머리를 맞대서 작업했다.
4 블록! 4 블록! 톱니! 톱니!
마치 한편에 의학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 완성품의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마지막 부품을 쌓고 구슬을 위에서 내려보내니
구슬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모든 구간을 바톤 터치하듯 훑고는
아래로 사뿐히 톡! 하고 발을 디뎠다. 


“와! 완성했다. 지금 몇 시지?”
시계를 보니, 와~ 11시 18분이다.
새벽을 넘길 줄 알았더니 18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이미 다 겪은 터라 오히려 수월했다.
잘못된 것을 다 부수고 다시 시작하니 더 빨랐다.
첫째는 천사가 도왔다며 놀라워했다.
 
“찔끔찔끔 고치느니 다 부수길 잘했지?”
때론,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답이다.


조회수
44,284
좋아요
8
댓글
6
날짜
4/10/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