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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숙제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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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때 결핵에 걸린 적이 있었다.

전에 학교에서 흉부 X선 촬영을 하는데 이상 징후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담임은 보건소에 가서 다시 확인을 해보라고 했고, 결국 결핵으로 판명이 되었다.

얼마 전부터 몸살 기운이 심해 감기인가 싶었더니 결핵의 증상이었다.


학교에서도 2주간 격리조치가 취해졌다.

교련 책을 보니 결핵은 3군 전염병이었다.

다행히 2주 기간에 약을 먹으면 결핵의 전염성이 사라진다고 했다. 일단 학교 짐을 다 싸서 집으로 옮겼다.


보건소에서 일단 6개월 분량의 약을 받았다.

식후 30분, 하루 세 번 먹으라고 했다. 알약을 세워보니 15알 정도 되었다. 한 주먹씩 입안으로 털어내야 했다.

그것을 최소 6개월은 해야 한다고 했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약을 중단하지 말고 보건소에서 중단할 때까지 꾸준히 먹으라고 했다.

한 번 먹어보니, 알약도 커서 삼킬 때마다 목구멍에 걸렸고 구역질은 기본이요, 쓴맛이 온몸을 요동치게 했다.

결핵보다 약이 더 무서웠다.
 
6개월 후, 보건소를 다시 찾아 X선 촬영을 하니 폐에 아팠던 흔적만 남고 결핵은 깨끗이 나았다고 했다.

의사는 약의 중단을 선언했다. 나는 뛸 듯이 기뻤다. 지긋지긋 한 약이여 안녕~


‘결핵도 별것이 아니네. 처음에 감기 증상 정도로 아팠고.

약도 2주 정도 먹으니까 몸이 아픈 곳도 하나 없어. 근데 왜 약을 6개월이나 먹으라고 하지?’ 참 이상했다.


완치 후 의사에게 물어보니, 그렇게 약을 중간에 중단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증상이 호전되니 결핵이 다 나았다고 착각한다고 했다.

그것은 결핵균이 모두 제거가 된 것이 아니고 활동성만 줄어들 뿐 살아남은 상태라서 절대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결핵에 걸렸을 때 1차 치료제만 잘 먹어도 완치가 되는데, 초기치료를 제대로 못 해서 2차 치료로 이어지게 되면

결핵균이 약에 대한 내성이 생겨서 결핵 증상이 더 악화되고, 2차 치료제 또한 부작용이 심하고

환자마다 맞는 약을 찾아야 하기에 치료율이 훨씬 낮아진다는 것이었다.

한 해 약 35,000명의 결핵 환자가 생기고 그중에 약 2,300명이 결핵으로 사망한다고 했다.  


나는 참 다행이었다. 초기에 병을 잘 잡았기에 20년이 지난 지금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매끼 알약 15알이 그때는 너무 버거운 숙제였지만,

알고 보니 불씨가 일어났을 때 물 한 바가지로 물을 끼얹는 만큼 가벼운 숙제였다.


초기에 치료다.
나를 고칠 수 있는 최고의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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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4/7/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