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아저씨의 다급하고 우렁찬 소리에 문을 여니
엘리베이터가 닫히면서
"양해바랍니다. 급해서 거기 두고 가요. 택배비는 선불로 내셨어요." 한다.
고향에서 노모가 보내주신 사과박스 크기의 택배에는
김장용 비닐봉지에 한 가득 담긴 갓김치가 들어있다.
내 고향 고흥, 동오치 마을은
자가용으로 쉬지 않고 달리면 6시간 남짓 소요되는
면소재지의 아담한 마을이다.
지난 설 명절에 식사하다 잠깐 흘렸던
'밥 맛 없을 땐 가끔 엄마가 해 주신 갓김치가 먹고 싶어요.' 라는
철없는 아들의 말을 흘리지 않고
아들이 귀경한 다음 날부터 관절염과 굽은 허리로 인해 불편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산 밑 밭에서 하나하나 도려다 밤새워 다듬고 절여 만든 갓김치.
농사일 바쁜 동생에게 택배시간에 늦지 않게 보내라고
단단히 이르셨다는 동생의 말을 택배를 받은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전해 들었다.
옛 어르신 말씀에
'마른 논에 물들어 가는 것하고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제일 보기 좋다.'
라는 말이 있는데, 내 어머니도 그러하셨으리라.
맛있게 잘 먹고 있다는 아들의 말만으로도
당신의 수고와 정성이 헛되지 않았음에 스스로 흡족해 하시는 어머니.
투박하지만 가슴을 울리는 어머니만의 사랑과 정은
수화기를 타고 내 가슴에 영원한 울림으로 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