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자전거가 좋을까?
새것이 나은가, 중고가 나은가? 하이브리드는 뭐지?
연료를 조금만 넣어도 오래 가는 자전거인가? 18단? 21단? 27단?
종류는 뭐가 이리 많아. 아, 머리 아파.”
컴퓨터에서 자전거를 고르다가 뇌에 과부하가 걸릴 것만 같았다.
왜 이렇게 자전거를 목숨 걸고 고르느냐... 사정은 이러했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 오면서 다 좋았는데 딱 하나 걸리는 게 있었으니 바로 새벽기도였다.
예전 집은 교회까지 500m 거리여서 편히 오고 갔는데,
지금 집은 교회까지 1.2km 거리에 찻길도 두 번이나 건너야 했다.
머리를 굴린 끝에 생각한 것이 자전거.
‘역시 나의 체형에는 여성용 자전거지. 미니벨로처럼 깜찍한 녀석으로?’
‘새벽에 자전거 도둑이 설치니 접이식 자전거가 낫겠어.’
‘난 이것으로 운동도 겸사겸사할 텐데, 하이브리드?’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빠르게 하라는 감동에도 결정 장애라는 치명적인 나의 고질병 앞에
아까운 시간만 속수무책으로 흘려보냈다.
목요일 밤이 되어 내 옆에서 장비를 검색하는 신랑을 보게 되었다.
어라? 이 사람 공대 남자, 기계와의 외길인생, 게다가 쇼핑의 달인이잖아!
“저, 시간 괜찮으면 내가 탈 자전거 하나만 알아봐 줄래?”
그러더니 핸드폰으로 5-10분 검색하더니 내 앞으로 뭔가를 보여준다.
“이거 괜찮네. 이름 있는 회사에, 10만 원도 안 되는데 가격대비 가성비 좋고,
장비도 추가로 3개나 더 주네. 이걸로 해.”
‘뭐지? 나는 4일을 고민했는데 이 남자 물건 고르는 솜씨는 초고속이네.’
정말 검색해서 물건 구매까지 15분도 안 걸렸다.
“그런데, 오늘 주문해서 물건이 추석 지나고 월요일 이후에 온데.”
아... 추석이지. 하루라도 빨리했다면 늦어도 3일 안으로 받아볼 수 있었는데,
결정도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열흘이나 더 늦게 되었다.
[나갈 준비 하느냐고 20분 정도 늦었다가
지하철도 열차도 간발의 차이로 놓쳐서 1시간 10분이나 늦었잖아.
게다가 다음 열차는 자리도 없어서 서서 갔어.]
지인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미리미리 행해야 손해가 없다.
도무지 못 하겠다면 쥔 것을 할 수 있는 자에게 빨리 맡기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