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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몫을 다할 수 있길 -'그때 나는 11살이었다'를 읽고-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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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주 4.3항쟁을 배경으로 제주도의 한마을이 겪은 일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쓴 소설이다.
주인공인 세철이의 아버지는 청년들에게 끌려간 뒤 죽어서 발견되었다. 고모와 혼담이 오가던 고 선생님은 폭도들과 함께 나타나 마을을 불태웠지만, 숨어있던 세철이와 엄마는 모른 척해주었다. 친구 명환이의 삼촌은 잡혀 온 공비 무리 중 한 사람이었다. 명환이는 살기 위해, 다른 사람들처럼 그들에게 돌을 던졌다.

세철이는 명환이 머리에 난 뿔을 보았다. 어쩌면 삼촌이 맞을지도 모르는 돌을 던지면서 명환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생각 이전에 살아야 한다는 본능, 다른 사람을 의식한 두려움이 앞서지 않았을까.

11살이었던 세철이와 명환이는 치열했던 이념전쟁도, 남한 단독선거라는 역사적 사건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이 죽거나 다치고, 마주 보고 웃던 마을 사람들이 서로 분노하며 죽고 죽이는 모습을 보았다. 당황스러움과 혼란, 죄책감과 배신감, 두려움… 그 복잡한 감정들이 뿔이 되지 않았을까.

내가 세철이었으면 어땠을까?
내가 명환이였다면 삼촌에게 돌을 던졌을까?
어떤 선택을 했든 무섭고 두려웠을 것이다.
명환이보다 나은 선택을 했을 것 같진 않다.
지금 이때, 이곳에서 태어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선택하고, 그 결과를 감내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더 많은 '이미 선택된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지구도, 나라도, 지역도 선택하지 않았고 1970년대에 태어나 2000년대를 살아가기를 원하지도 않았다. 왜 나는 지금 이때, 이곳에 있는 걸까? 과거의 많은 사람이 그랬듯이, 나는 이 시대, 이곳을 감당하며 살아 가야 한다.

이 시대 나의 몫이 있을 거라 생각해 본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아마도 그것이 내 삶의 가치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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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3/4/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