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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하면 몰라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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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대체 아니라고 말을 못 해요!? 아무 말이라도 좀 해봐요~~~!”
표현에 서툰 내가 신혼 초, 남편에게서 가장 많이 듣던 말이다.
어릴 적부터 주눅이 많이 들어있던 나는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게
제일 힘든 일이었다. 그러니 자신감도 늘 부족했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가 지구를 들기만큼이나 힘들었다.


‘내가 이 말을 하면 저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또 저 말을 해서 저 사람이 뭐라고 하진 않을까?’


이런 쓸데없는 두려움 때문에 할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니.
참 한심하고 억울할 일이다.


어느 날 동네 골목에서 한 아이가 위험하게 내게 장난치고 있는데
도리어 외할머니는 내게 무표정한 얼굴로  
“참는 게 이기는 거다.”
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 때문이었는지 그때부터 혼자서 꿋꿋이 참고 말자는 버릇이 생긴 걸까?
외동으로 자라 혼자라는 책임감이 강해지면서 더 묵묵히 나만의 길을 걸어온 탓일까.
다 큰 어른이 되었는데도 내 감정을 전달하는 게 서툴다.
참는 게 능사가 아닌데.


요즘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현장에서 더욱 말 표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윤서야! 아니, 이건 이렇게 해야지.”
나의 모호한 말 표현 하나로 걷잡을 수 없이 태도가 돌변한다.
“아이~~ 쌤~~괜찮아요~~ 헤헤헤~~”
‘내 말을 못 알아들었구나. 괜찮긴 뭐가 괜찮니?’
정말 나 자신이 답답했다.


또,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분량을 감당해야 하는데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고,
장난기만 늘어나는 아이들.
어떻게 잘 다룰까 생각이 깊어진 나는 부원장님이 아이들을 대할 때의 모습을 자세히 보며 방법을 터득했다.


특히 부원장님이 화가 났을 때는 아이들에게, “사실 내 마음이 이러이러해.”라는 식으로
정확한 상황과 감정을 조곤조곤 잘 알려주었다. 비로소 나는 내 고민에 답을 얻었다.
아이에게 강하게 지적하지 않고, 명확한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기다.


‘표현하는 게 참 중요하구나! 말 안 하면 모르는 게 당연하지~
왜 그동안 힘들게 꾹 참고 버텨왔지? 그냥 내 입장을 잘 말하면 되는 건데.’


내 기분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니 아이들도 모르고 자기식으로 대한 거였다.
아무리 옆에 있는 사람이라도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상대방도 몰라줘서 서운해하고
오해만 더 생긴다. 내 마음 상태나 상황을 표현만 잘했더라면 될 일이다.


이제라도 누군가에게 내 생각이나 감정을 잘 표현하게 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듯하다.
곁에 있어도 말하지 않아 답답했을 남편에게 괜스레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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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30/3/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