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둘째는 마의 18개월에 들어서고 있다.
‘어? 손가락이 내 맘대로 움직여지네? 까딱까딱.’
‘헉! 두 발로 서서 내가 가고 싶은 데로 갈 수 있다니…….’
‘숟가락을 잡고 내가 밥을 입에 넣다니!!! 주여…….’
몸을 자기 생각대로 할 수 있다 보니 자유의지가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다.
밥 때가 되었다.
“엄마맘마맘맘마마마”(어머니 밥을 다오)
“주빈이 배고프구나. 엄마가 밥 줄게.”
채소를 다듬어 볶은 뒤 들깻가루와 들기름을 밥에 볶아서 가져왔다.
한 입 먹고는 밥알을 입 밖으로 주르르 뱉어낸다.
“엄마맘마마맘맘마.”(어머니 이 음식 말고 다른 음식을 가져오라)
그래도 한 번 먹어보라며 숟가락을 입에 대니 입을 다문다.
단맛을 알고부터는 음식 투정이 더 심해진 것 같다.
‘답답해서 그런가?’
겨우내 집에만 둔 것이 미안해 둘째를 데리고 집 앞을 나섰다.
“주빈아 우리 집 앞은 오르막이 심해서 주빈이가 아래로 내려가면 넘어져요.”
“으응응” (어머니, 나는 내 길을 가련다)
주빈이가 자꾸 내리막으로 간다.
“그 길로 가면 위험하다니까. 평평한 길로 가야 해.”
“으―응앙응앙” (내가 내 발로 내 길을 걷겠다는데 왜 막느냐)
그러고는 풀썩 주저앉더니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급기야 땅바닥에 누워서는 소리를 지른다.
식탁 위에 올라가고 싶은데 못 올라가게 한다고 짜증,
싱크대 문을 열어 밀가루를 뒤집고 싶은데 못하게 한다고 짜증,
책장에서 책을 다 꺼내고 싶은데 못하게 한다고 짜증…….
이런 똥고집, 황소고집, 고집불통.
난 진지하게 인생의 선배들에게 물어보았다.
“선배들이여, 이 모든 일의 끝이 언제쯤이나 끝나겠습니까?”
인생의 선배들이 가로되,
“반드시 한때 두……. 호호호. 이거 버릇이 되어서.
10살 되면 10살만큼 말 안 듣고
15살 되면 15살만큼 제멋대로고
20살 되면 20살만큼 제 맘대로야.
애 운다. 어서 가봐. 이 말은... 신혼부부에게는 봉함할지어다…….”
“아, 갈수록 태산이군요.”
‘엄마는 내가 뭘 하든 무조건 싫어해. 쳇.’
‘엄마는 반대 쟁이야. 내가 발견한 재미를 왜 막아~ 왜 막아~’
그래서 막아서기 무섭게 짜증을 내며 해달라고 난리를 친다.
요샌 내가 뭐라고 하면 어쭙잖게 눈을 부라린다.
에고, 무조건 막는 게 아닌데…….
식탁 밑으로 들어가서 얽힌 전기선에 매달려 있으니 막는 것이고,
계단은 생각도 안하고 무조건 뛰어가려고 하니까 막는 것이고,
싱크대 문 안에는 밀가루뿐 아니라 병에 든 물건들이 많으니까 막은 것인데…….
안전이 보장되고 내가 지켜줄 상황이라면 굳이 막을 이유가 있을까.
아이는 자유의지만을 주장하지만 엄마는 자유의지와 안전을 둘 다 지켜봐야 한다.
하나님과 인간도 다를 것이 없다.
인간도 자유의지만을 생각하며 행동하지만,
하나님은 자유의지도 법도 둘 다 생각하며 지켜보신다.
그 법은 생명의 법, 천국으로 가는 법, 영원한 행복의 법이다.
그 법 안의 자유의지이다.
그래야 내 사랑하는 자 몸도 마음도 영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으니까.
어디서 주웠는지 가위를 양 손에 잡고 싹둑싹둑 하는 아이에게
“안 돼!!!!!”를 외치며 달려가고 있다. 오늘도 전쟁 아닌 전쟁 중이다.
“이 얄미운 이쁜아, 언제쯤 땡강 끝내고 내 마음 알아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