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석 목사가 30년 수도 생활을 하며 전국과 세계를 많이 다녔지만 깊이 묻혀 기도한 곳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그중 하나가 고향 다리골 기도굴이다. 다래가 많다고 다래골이라 불렸는데 이후 후손들이 발음상 쉽게 다리골로 부르고 있었다. 다리골 기도굴은 일본이 통치하던 1905년부터 1945년 사이에 금을 캐기 위해 파 들어간 굴이었다. 깊지는 않았지만, 외부 사람들을 피해 기도하며 책을 볼 수 있는 조용한 곳이었다.
그곳은 정명석 목사가 사는 시골집에서 약 1.5km 떨어진 굴이라 낮에 일을 하고 가도 부담 없는 거리였다. 온종일 피곤하게 일하고 씻고 닦고 저녁을 먹은 후 기도하러 가기에 거리상 좋았다. 늘 나무하러 다니던 산이기 때문에 밤에도 무섭지 않고 정신적인 부담도 별로 없었다. 그믐밤이든, 달밤이든 비바람 눈보라 치는 밤이라도 더듬지 않고 뛰어다닐 정도로 그 길이 익숙했다. 게다가 광산은 오래전에 금이 나오지 않아 철거되었기 때문에 아무도 다니는 사람이 없어 그 길은 정명석 목사만 아는 길이 되었다.
91년 가을, 정명석 목사는 제자들과 함께 다리골을 다시 찾아갔다. 옛날에 정명석 목사 혼자 다닐 땐 15～20분 소요되었던 길이었는데 고향을 떠난 후 13년 만에 찾아가 보니 길바닥은 완전히 큰 기둥 나무들의 차지가 되었고, 여기저기 다래 넝쿨과 잡초들로 꽉 뒤엉켜 있어서 입구를 찾는데 집에서부터 5시간이나 걸렸다.
정명석 목사는 제자들과 온종일 잡초를 제거하고 굴 입구를 찾았으나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굴이 완전히 허물어졌구나. 틀렸구나.’하고 있는데 동생인 규석 목사가 옆에서 “굴 입구가 여기 있다!” 하면서 찾았다고 소리쳤다. 그래서 가보니 정말 정명석 목사가 다녔던 옛 굴 입구였다. 굴 입구가 잡초와 엉겅퀴로 덮여서 도무지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어 하마터면 찾지 못하고 그냥 돌아갈 뻔했다. 굴 안으로 기어들어 가 보니 내부는 크게 무너져 있었고, 정명석 목사가 기도하던 장소만 겨우 남아 있었다.
정명석 목사가 이 기도굴로 기도하러 다닌 지 30년이 훌쩍 넘었다. 한 번은 기도굴에서 새벽까지 기도하고 굴에서 나와 사방을 쳐다보고 있는데, 천 미터나 멀리 떨어진 산꼭대기에서 큰 불덩어리가 훤히 보였다. 이상한 생각에 소리를 마구 질렀다. 그 모양새가 새벽 미명에 인삼 도둑같이 보였다. 알고 보니 호랑이 불이었다.
1970년 봄, 아직 찬바람이 불고 산골짝의 바위로 흘러내리던 물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울 때였다. 그 해 초봄에 정명석 목사는 다리골 기도굴에서 창조의 깊은 비밀을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창세기 2장 8절부터 17절까지에 나오는 선악과와 생명나무에 관한 의문을 풀고자 오래전부터 기도하며 몸부림을 치고 있던 터였다. ‘선악과와 생명나무! 과연 무엇을 두고 말했을까. 오늘날에는 그 나무와 열매가 없는 것인가.’ 정명석 목사는 하늘의 하나님, 성자, 성령님께 묻고 성경의 수백 군데를 다 찾아보며 기도했다.
그 해는 정명석 목사가 선악과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기도한 지 18년째가 되는 해였다. 흔히 일반 목사님들이 말하는 식으로 ‘무조건 믿지 뭘 알고 믿으려고 하느냐’는 식의 신앙이었더라면 이 진리를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생명나무와 선악과가 얼마나 중요한지 성경의 본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창세기에 보면 하나님은 천지 창조 후 아담과 하와를 창조하시고 선악과와 생명나무를 만드셨는데, 이후 그것을 아주 중요하게 강조하며 지구상에 자기가 창조한 사람까지도 그것만큼은 절대 못 따먹게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정명석 목사는 정말로 궁금했다. ‘아니, 그것이 무엇이기에 하나님이 최고로 귀하게 창조한 사람까지도 못 먹게 했을까?’ ‘예수님은 생명을 두고 천하를 주고도 바꿀 수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아니 그것을 따먹으면 생명을 잃게 된다고 말했으니 그 과일이 사람보다 귀한가? ‘세상에 사람보다 귀한 과일이 있을까? 법칙상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하나님은 사람보다 선악과를 귀하게 여겼다는 것일까?’ 정명석 목사의 궁금증은 날로 깊어갔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왜 선악과를 귀하게 여기냐고 물어보았다.
그 기도가 합당치 않았던 것일까. 하나님께 응답이 오지 않았다. 그래도 정명석 목사는 너무 궁금했다. ‘하나님은 왜 자기가 귀히 창조한 자들이 따먹으면 죽을 과일을 만들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이치가 맞지 않는 일이었다. 게다가 과일을 따 먹고 타락되어 온 인류가 하늘의 미움을 받게 되고 저주를 받는 후손들로 남게 되었으니 이 선악과에 대한 내용을 꼭 알고 싶었다. 정말 성경을 믿는 자라면 모두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창세기 3장 16절에는 선악과를 따먹은 후 잉태한 고통을 받게 되었다는 성경구절이 나온다. ‘선악과를 따먹은 후 잉태한 고통이 왔다? 세상에 어떤 과일을 먹으면 임신하는 걸까? 세상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식으로 먹으면 임신하는 과일은 없다. 고로 잉태와 임신을 말한 것을 보면 분명 이성(異性)을 뜻하는 단어임이 틀림없다. 그러면 이성적인 단어라면 분명 비유의 단어이겠구나!’ 하고 정명석 목사는 깨닫게 되었다.
정명석 목사는 창세기 2장 8절 이하를 깊은 경지에서 오랫동안 기도하던 가운데 결국 깨닫게 되었다. 창세기 2장 8절 이하를 보면 생명나무와 선악과가 나오고, 아담과 하와 이야기 즉 남자와 여자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을 과일나무로 비유한 것을 깨닫고 ‘이것이다! 생명나무는 아담을 가리켜 비유했구나. 남녀가 이성 행위를 할 때 잉태됨을 3장 16절에서 말했고, 2장 17절에 따먹으면 죽는다는 것은 하나님이 자기가 창조한 자들에게 이성의 법을 정해 놓고 그 법을 지키지 못하면 사건적으로 볼 때 죽는다는 표현을 쓴 것이구나!’ 이것을 깨닫고 이것이 틀림없다고 정명석 목사는 굴속에서 고함을 지르면서 외쳤다.
가정에서도 어린 나이에 이성 관계는 부모가 엄히 다루고 있다. 그와 같이 하나님도 그러했다는 영감과 감동이 정명석 목사에게 크게 부딪쳤다. ‘선악과는 하와를 말하고, 생명나무는 남자 곧 아담이구나! 따먹지 말라는 것은 취하지 말라는 뜻이구나!’ 이렇게 상식적인 단어임을 깨닫게 되었다.
고린도전서 15장 45절에서 첫 사람 아담은 산영이라 했고, 마지막 아담은 살려주는 영이라고 했다. 곧 예수님을 후 아담이라 칭했다.
또 계시록 22장 14절에도 보면 생명나무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예수님을 가리켜 생명나무로 비유한 것이다. 고로 전 아담인 에덴동산의 아담을 생명나무로 칭한 것이고, 아담 앞에 하와를 선악과로 혹은 선악을 구분하는 열매로 칭한 것이다. 그리고 여자의 한 지체를 선악과라는 금단의 과일로 표현한 것임을 전부 깨닫게 되었다.
아가서에는 솔로몬이 여자의 지체를 들어 여러 가지로 비유했다. 얼굴은 달로(아6:10), 목은 망대로(아7:4), 양 유방은 쌍태 노루새끼로(아4:5), 다리는 성전 기둥으로(아5:15), 키는 종려나무로(아7:7), 배꼽은 섞은 포도주 잔으로(아7:2), 허리는 꼭 묶은 밀단으로, 눈은 등불로(마6:22), 입은 홍색 실타래로(아4:3) 비유했듯이 창세기에서 여자 지체를 선과일로 비유함은 마땅한 것이다.
정명석 목사가 이 모든 것을 깨닫고 굴에서 나올 때 동쪽 산에 막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때 “저 찬란한 빛이 어두움을 모두 물러가게 하는 태양 빛이 분명하듯, 내가 깨달은 진리도 분명히 맞다. 선악과도 생명나무도 분명 사람을 두고 말했음이 틀림없다.’고 번갯불이 치듯 머리에 영감과 음성이 와 닿았다.
정명석 목사는 너무 감격해 땅을 치며 기뻐했다. 때는 70년 3월 초였다. 그때부터 평소 눈으로 보아온 남녀관에 대한 모든 것을 더 깨달아 확신을 얻게 되었고, 성서에서도 그와 관련된 말씀을 찾게 되었다. 광야에서 이스라엘 민족이 간음하다 하루에 2만 3천 명이 죽었고(고전 10:8, 민 25:1～9), 소돔 땅은 음란으로 인해 심판을 받았으며, 창세기 6장을 보면 노아 때의 홍수의 원인이 나오는데 하나님이 허락지 않은 사랑을 하게 되면 영원히 함께하지 않는다고 했다(창 6:1～3). 유다서에 보면 천사가 타락한 것도 이성적 타락으로 인한 것이라고 했다(유 1:6～7). 이와 같이 성서에서 보듯 인간 타락의 근본은 모두 이성(異性)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정명석 목사는 한 가지를 더 깨달았다. 과거 월남(베트남전쟁)에 참전해 있을 동안 이성적으로 아예 개방되어 있었음에도 하나님께서 1차, 2차의 3년 6개월 동안 이성을 지켜준 기적이었다. 이 모두가 절대적인 뜻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렇게 정명석 목사는 다리골 기도굴에서 깊은 기도로 귀한 하늘의 비밀을 깨달았다. 성경의 문제를 깨달으려고 결심한 때로부터 약 18년이 흘러간 후 깨달은 것이다. 잘못 알고 있던 진리를 바로 깨닫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설한풍에 생화 송이를 보는 것같이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었다.
눈 덮인 대지 위에 향기 나는 꽃이 있다면 누구든지 신기하고 기이함을 느낀다. 정명석 목사도 이 진리를 깨닫고 그와 같은 기쁨을 맛보았다. 정명석 목사를 가르친 성자는 이 모든 것을 천하에 누구에게라도 말하지 말고 간직하라고 엄명했다. 그리고 성자는 “나 성자가 아니라고 해도 흔들리지 말고, 오직 이 복음을 전하는 때가 오면 나의 명을 받고 전하라”고 했다.
창세기 2장 8절에서 17절까지의 의문을 깨달은 것은 한 날에 깨달은 것이 아니라서 정확한 날짜를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 깨달음은 하늘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태양 같은 빛의 진리 말씀이다.
1995년 2월 9일 월명동에서
